단편영화 모음집―여성과 차별에 대하여

단편영화 모음집―여성과 차별에 대하여

온라인 영화제가 한창이다. 지금은 퍼플레이(https://www.purplay.co.kr)를 통해 퀴어영화제를 만나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영화제하면 단편영화를 떠올리게 되어 이번에는 그간 봤던 단편영화 중 3개의 작품을 골라 소개하려 한다. <어떤 알고리즘>을 제외한 작품들은 퍼플레이에서 시청 가능하다.

<마더 인 로>, 신승은

 김치를 전해주러 딸의 집에 들린 엄마 형숙은 딸의 집에 얹혀 살고 있는 민진이 불청객 같다. 그런 형숙에게 민진은 최선을 다해 말을 걸어보지만 친해지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어른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에는 역시 성적이 최고인 걸까. 민진이 성적장학생이라는 걸 알게 된 형숙은 갑자기 민진에게 마음을 연다.

 <마더 인 로>는 동성애 커플이 살고 있는 집에 친구의 어머니가 찾아오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겉으로는 아직 동성연애를 밝히지 않은 가족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영화의 제목과 OST에서 알 수 있듯, 이성애 중심 언어에 대한 비판을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동성 커플이 결혼을 하면 장모님, 시어머님 둘 중 어느 언어를 사용해야 할까? 일단 한국에서의 동성결혼이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말이다. 
<마더 인 로>는 둘 중 어느 말을 사용해도 어색한 관계에 놓인 커플에게 새로운 언어가 필요함을 얘기하며 쉽사리 생각하지 못했던 또 다른 차별을 바라보게 한다.

<전학생>, 박지인

 학창시절 전학생이 오는 날이면 온 복도가 시끌시끌했던 경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어디서 왔대? 여자래 남자래? 하지만 막상 전학생이 오고 나면 금방 시들시들해진다. 이러나저러나 같은 학생이기 때문이다. <전학생>의 수향은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애써 긴장을 풀어가며 자기소개를 연습하지만 억양 때문인지 조금 어색하다. 같은 고향 출신 친구에게 교복을 물려받고 교과서 예습도 하며 만반의 준비를 한 수향. 드디어 교실에 들어가 자기소개를 하려는데 선생님의 한 마디에 그동안의 연습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오늘 아까 어떤 사람이 날 중국에서 왔냐고 그러더라.
“맞았네. 야 그 사람 귀가 좋다. 딱 알았네.

 단어 하나로 한 사람을 결정지을 수 있는 사회이다. 수향을 조선족이라고 부르게 되는 순간부터 수향이 준비해오고 꿈꿔왔던 많은 것은 제 갈 길을 잃게 된다. 과연 수향은 혐오표현을 이겨내고 아나운서가 될 수 있을까. 물론 고단하겠지만 수향 곁의 수많은 여성들이 힘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떤 알고리즘>, 민미홍

 몇 년 전, 내가 중고등학생일 때는 머리가 짧은 여자 학생은 여자를 좋아한다더라 하는 카더라가 있었다. 사실 그게 과거에만 국한되는 이야기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어떤 알고리즘>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꼬집는 영화다. 

 지원은 동성애자의 자살 사건을 다룬 연극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연극의 주인공이자 레즈비언인 윤정은 지원의 연극이 잘못됐다고 말한다. 여자가 여자를 좋아하는데 왜 남자역할이 필요하냐는 것이다. 자신의 각본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이 분했던 지원은 좋은 각본을 쓰겠다며 윤정의 전 애인인 민아에게 인터뷰를 부탁한다.

 레즈비언 연애에서 남자를 찾아낸다는 건 이 세상의 중심이 이성애라는 것을 조금 다르게 표현하는 것일 뿐이다. 윤정의 말대로 여자가 여자를 좋아하는데 왜 그 안에서 성역할을 구분하는 것인지, 결국 사랑의 기본 값이 여성과 남성의 만남이라고 말하며 동성연애를 일반적이지 않다고 치부하는 거다. 극중에서 지원은 민아에게 “그럼 너는 왜 머리가 짧아?”라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이때 민아는 정말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리며 그냥 짧은 머리가 좋은 거라고 대답한다.

 <어떤 알고리즘>의 이러한 연출은 동성연애를 바라보는 고정관념과 사회에서 여성에게 주입하는 외적 기준을 모두 비판하고 있다. 동성애의 알고리즘을 파악하기 위해 ‘인터뷰’에 나섰던 지원은 결국 동성애도 愛의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