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술탄이 된 자스민

<알라딘> 술탄이 된 자스민


1992년 개봉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영화 <알라딘>

페르시아 설화 중 하나인 ‘알라딘과 이상한 램프’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는 디즈니의 손을 거치며 알라딘의 모험과 사랑 그리고 램프의 요정 지니의 이야기로 재탄생 되었고 애니메이션 알라딘은 지난해 실사 영화로 돌아왔다.

웰 메이드 원작을 바탕으로 한 실사 영화라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던 것과 달리 개봉 주 스코어는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다.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2위로 시작했지만 관객수는 많지 않았고 심지어 일주일 뒤 기생충의 개봉으로 인해 순위가 점점 하락했다. 이대로 디즈니의 실사영화가 실패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던 때, 온라인에서의 입소문 덕에 상승 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누적 관객수 1228만을 돌파했다.

알라딘의 흥행 요인이라면 스텝업 뺨치는 흥겨움, 화려한 CG, 배우들의 케미 등이 있겠지만 자스민의 변화를 빼놓을 수 없다.

실사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는 알라딘 하면 떠오르는 노래는 아마도 ‘A whole new world’이었을 것이다.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날며 알라딘과 자스민이 함께 부르는 이 노래는 알라딘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은 사람도 한 소절 정도는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하지만 실사 영화 개봉 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실사 영화 <알라딘>의 흥행기에는 자스민 역을 맡은 배우 나오미 스콧이 부른 OST ‘Speechless’가 빠질 수 없기 때문인데, 유튜브에서는 물론이고 국내 음원 사이트까지 점령하며 영화는 안 봤어도 노래는 아는 사람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원작에서의 자스민은 정혼자 보다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겠다고 말하는 공주다. 심지어 자파에게서 램프를 빼앗기 위해 ‘미인계’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2019년 실사판 자스민은 꽤나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경험해보지 않은 바깥세상이 궁금한 공주에서 자신의 나라를 직접 보고 통치하고 싶은 공주로 변한데 이어 본인이 술탄이 되고자 한다. 이러한 자스민에게 자파는 ‘율법대로 침묵하고 조용히 살아’라고 말을 하는데, 이때 등장하는 노래가 ‘Speechless’이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고 침묵하지 않을 거라는 가사처럼 자스민은 여성은 나라를 다스릴 수 없다는 부당함에 맞선다. 그리고 결국 술탄에게서 인정을 받아 아그라바의 새로운 술탄으로 거듭난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기억나는 건 지니의 춤사위와 Speechless라고 말 할 정도로 새 OST의 반응은 뜨거웠고 수많은 커버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러한 열풍은 단순히 노래만 좋아서는 일어나기 힘들 것이다. 좋은 OST, 여성 캐릭터의 변화를 기다려온 관객 그리고 그 바람에 들어맞는 캐릭터의 등장이 함께 만들어낸 것이지 않을까.

천 년 동안 여성 술탄은 없었으니 조용히 하라는 억압에도 굴하지 않고 기지를 발휘하는 공주가 등장했으니 이제는 영화의 제목이 <알라딘>에서 <자스민>으로 바뀌는 때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