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몽> 사랑을 말하는 방식

한예리와 양익준, 박정범, 윤종빈 주연인 장률 감독의 장편영화 <춘몽>. 영화의 초기 제목이 <삼인행>이었던 것처럼 영화는 익준, 정범, 종빈 세 명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예리는 남자 세 명의 행동의 이유가 되는 셈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세 명의 남자는 배경, 성격, 생김새 모두 다르지만 하나같이 예리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의 삶이 예리를 중심으로 흘러갈 정도.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저들이 정말 ‘예리’를 좋아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리를 무리의 ‘꽃’ 정도로 삼아 너 그래서 우리 셋 중에 누구랑 사귈 건데? 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는 말이다.

<춘몽> 스틸컷

그런데 이렇게 세 명의 남자가 예리를 따라다닐 때, 세 남자가 없는 시간에만 예리를 찾는 한 인물이 있다. 겉보기엔 고등학생 정도 된 것 같은, 스쿠터를 타고 축구를 좋아하는 언제나 편한 차림의 주영이다. 춘몽은 워낙 인물에 대한 설명이 적어 보이는 것을 토대로 상상을 해야 하지만, 주영은 그중에서도 가장 배경이 드러나지 않은 인물이다. 주영에 대해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앞서 말한 외적인 것과 예리를 향한 마음뿐이다. 그런 주영이 익준, 정범, 종빈 그리고 예리와 안면이 있는 걸 보면 같은 동네에서 오래 동안 살아온 것 같은데, 주영은 왠지 이 동네 사람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언제나 바람처럼 나타나 홀연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춘몽> 스틸컷

이처럼 아무것도 설명되지 않은 주영의 이야기 속에서 확실한 것은 예리를 향한 주영의 마음이다. 주영은 예리라는 사람을 궁금해 하고, 스쳐 지나가는 말도 놓치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채 열 번이 안 되는 장면에 등장하고 예리와 함께한 장면은 서너 번에 그치지만, 누구보다도 확실하게 예리를 좋아하고 있음을 표현한다. 예리와 함께하는 장면이 아닐 때는 언제나 꿈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주영은 예리와 있을 때만은 정말 그 시간을 함께하고 있는 것 같다. 다른 남자들이 예리를 향한 관심의 표현으로 ‘왜 쟤랑만 이거 해, 나랑도 해줘’라고 말할 때도 주영은 예리를 생각하며 시를 쓴다.

<춘몽> 스틸컷

예리를 좋아하고 아끼는 네 사람. 하지만 과연 어느 방식이 진심으로 다가왔을까를 생각해본다면 예리가 사랑이라고 느꼈던 것은 주영이었지 않을까. 영화 최종본에서는 삭제된 주영과 예리의 키스신. 왠지 어디론가 사라질 것 같은 사람처럼 갑자기 익준에게 ‘바보 같은 짓 절대로 하지마요. 우리 그냥 이렇게 살자.’라고 말한 예리는 주영과 축구를 하던 중 입을 맞추고 떠난다. 본 영화에서는 삭제된 장면이지만 이 장면을 통해 예리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예리에게 사랑을 표현한 네 명 중 예리의 대답을 들은 것은 주영뿐. 물론 그 마음이 주영을 향한 사랑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고 그렇지 않더라도 상관은 없지만 말이다.

예리와 예리를 사랑하는 세 명의 남자의 이야기 <춘몽>

세 그림자에 가려졌지만 누구보다도 예리를 사랑했을 주영에게 예리는 단순한 시 한 편은 아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