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책은 제목과 같이 1982년에 태어난 여성 김지영 씨의 일대기를 통해 그 세대 여성들의 삶, 또 그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 날것의 시대상을 직설적으로 증언한다.
김지영 씨의 삶을 나열해보자면 이렇다. 태어나기 전부터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엄마에게 눈칫밥을 먹게 한 것으로 시작해, 뭐든 남동생이 먼저, 저와 언니는 뒷전인 순서에 익숙해져야 했던 것은 물론, 눈물 나게 괴로웠던 남자 짝꿍의 괴롭힘은 좋아함의 증거라는 선생님의 말에 설득당해야 했고, 동아리 선배의 ‘씹다 버린 껌’ 취급에도 응당 화를 낼 수 없는 분위기를 견뎌야 했다. 그 뿐인가. 돈을 벌기 위해서 뿐 아니라 재미와 보람을 느끼게 해준 일자리를 결국 임신 때문에 그만둬야 했으며, 끝없는 가사 노동과 육아 사이 잠깐의 휴식 중엔 ‘맘충’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하나씩 쌓이고 쌓인 것들이 터져 이상 증세를 보인 김지영 씨는 결국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다. 이야기는 정신과 의사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나는 김지영 씨와 같은 세대가 아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시대가 당시보다 더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김지영 씨가 겪은 차별을 반절도 겪어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김지영 씨의 일생이 낯설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직접 겪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공감이 있다. 나는 이 이야기가 그랬다. 그래서 마음이 아팠고 화가 났다. 이 책이 밀리언셀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 생각한다.

시간이 흐른 만큼 세상도 어느 정도 바뀌었다. 더 이상 뱃속 아이가 여자라는 이유로 낙태를 하지는 않는다. 여학생들도 불편한 치마 대신 교복 바지를 입을 수 있고 자녀는 엄마의 성을 따를 수 있다. 그런데 여전히 여성을 타깃으로 한 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한다. 공공기관 성별임금격차는 여전히 19.9% (*여성가족부, 2020.05 성별임금격차 실태 조사결과)나 나고, 여전히 여자는 장녀여도 상주를 할 수 없으며, 여전히 36%의 직장인 여성이 육아휴직을 쓰는 데에 눈치가 보인다고 답했다. (*대한상공회의소, 2020.06)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그 안의 소소한 규칙이나 약속이나 습관들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p.132

주어진 권리와 혜택을 잘 챙기면 날로 먹는 사람이 되고, 날로 먹지 않으려 악착같이 일하면 비슷한 처지에 놓인 동료들을 힘들게 만드는 딜레마. p.139

책은 출판 당시 어렵지 않게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이야기의 대부분이 통계에 의거하여 작성되었음을 명시하고 있는데도 허구에 불과하다는 일부 남성들의 비난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물론 김지영 씨를 80년대 전후 태생 여성의 전형이라고 부를 수는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히 존재했고 존재하고 있음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부정당하고 기회를 박탈당하고 반강제로 독박 육아를 했어야 했던 지영이들을, 우리는 작가의 말마따나 공감하고 응원해줄 필요가 있다. 부디 02년생 지영이, 12년생 지영이의 책에는 부당한 차별에 대한 호소가 하나도 들어있지 않기를 소망한다. 그런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